Freedom is Not Free - Korean War Veterans Memorial' 의 2부격으로 쓴 에세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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굳이 눈오는 날 좋은 풍경을 찾아나서지 않고 한국전쟁기념관을 찾은 것은 나름대로 내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.
작년 찌는 듯한 여름에 방문하여 사진을 찍고 되지도 않는 유치한 글빨까지 날렸었다.
지금도 별 다를바 없지만...

나의 나름대로의 이유가
이 조형물이 상징하는 것이 혹독한 날씨와 황량함을 표현했다는 소리를 들었고
한국전에 참전하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하면
추운 겨울과 많은 눈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.

그래서 화창한 봄날보다는 눈오는 날(이왕이면 눈보라였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)을 굳이 택해서 갔다.
일단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,
좀 더 고상하게는 그 때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혹은 나타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.

그러나 메모리얼에서 내 눈을 끌었던 것은 눈 덮힌 조형물이 아니라
어느 나이 지긋한 노부부의 모습이었다.
할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아있었고,
할머니는 뒤에서 밀어주면서,
조형물을 똑딱이로 담고 계셨다.

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와 이를 미는 할머니
왜 굳이 이런 날을 택해서 한국전쟁기념관을 찾았을까?

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겠지만.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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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가지 확실한 것은

오늘 2천불씩이나 주고 샀던 DSLR로 찍은 내 사진들은
그 노부부가 싸구려 똑딱이로 담은 사진에 비하면
쓰레기 통에 버려진 어느 정치꾼의 화환만큼이나 초라하다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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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내 사진을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
사진의 질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
저 노부부가 담았을 때 가진 마음과
내가 가진 마음의 차이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.
내가 제 아무리 잘 담아봤자,
직접 한국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담지 못하다는 것이다.
한국전에 참전한 본인 혹은 가까운 가족이 이 조형물을 보고 느끼는 점은
내가 느끼는 것 보다 더 많은 그리고 깊은 감정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.
나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힘들지요
관찰자의 입장과 직접 겪은 사람의 입장이 천지 차이가 나듯이
내가 찍은 사진이 저 분들이 담았던 것보다 기술적으로 나을지는 몰라도
저분들 만큼 의미있는 사진일까?

똑딱이로 찍던 천만원짜리 카메라를 찍던
사진의 의미에 있어서는 저 노부부 보다 못한 내 사진들이다.



언젠가 기회가 된다면,
또 Korean War Veterans Memorial에 가볼려고 한다.
처음에 담았을 때의 느낌과 이번에 담을 때의 느낌이 너무 다르다.
전쟁을 겪었던 세대가 다 떠나기 전에
참전하신 분을 그곳에서 만나뵙고 담아오고 싶다.

멀찌감치가 아닌 정면에서...

그럼 적어도 쓰레기 통에 버려진 화환 보다는 낳은 사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.

Posted by seonhwe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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